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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안녕 내 강물
    은지/현상과 창작사이 (2018) 2019. 7. 16. 00:43

    2018-8-15

     

    안녕 내 강물

     

      눈짓을 하는 것이 인사인 것처럼 소리 없이 되뇌였다. 조금 망설이다가 세상에서 지워진 네 이름을 불렀다. 군중 속 누구에게 건네지지 않을 이름을, 민망하고도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네가 이 곳에 있었음을 새겨주고 싶어서 그랬다. 네 이름이 눈 앞의 강물처럼 작게 울렸다.

     

      이번 여름은 무척 덥다. 네가 겪어보지 못한, 또한 겪지 못할 더위다. 이렇게 네가 모를 세상 이야기가 많아진다. 나는 특정할 수 없는 어떤 대상에 서운해진다.

     

      네 소식을 들었떤 첫 해는 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났다. 두 번째 해도 꽤나 그랬다. 그러나 그 뒤로는 울지 않았던 것 같다.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알고지낸 사이라고 저 사람이 눈물을 흘리나' 하며 네가 풉 소리를 내지 않을까해서였다.

     

      벌써 햇수로 5년이다. 오늘은 네가 겪었을 고통을 애써 되새기지 않으려한다. 가시적인 슬픔은 너와 나 모두에게 아파서 그렇다. 사람들이 짝을 이루어 바람을 쐬는 낭만적인 강변 한복판에서 나를 울릴 셈이 아니라면 이해해주길 바란다. 너는 매번 19살이지만 나는 벌써 24살이 되었잖니.

     

      시간이 갈수록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방법은 달라진다. 너에 대한 그리움도 그렇다. 처음에는 하얀 장미를 사왔었고, 편지를 강에 띄우기도 한 것을 너도 알지. 그러다가 머릿 속에 흐르던 생각이 멈칫한다. 네가 받기는 받았을까. 그리고 다시 흐른다. 오늘은 줄 것이 없다. 그저 오래되어 모서리가 닳은 아픔인 것처럼, 그런 아픔을 가만히 함께 받아들이는 친구처럼 너를 기억한다.

     

      수십년이 지난 미래를 그려본다. 시간을 이기지 못하여 무뎌졌을 때를 가정한다. 그러면 여름이 올 때마다 네 생각으로 강에 가던 것을 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확신한다. 어쩌다가 이 물결 앞에 혼자 서 있게된다면, 뜨거운 계절이 아니더라도 너를 떠올릴 것이라고. 마치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지면 무의식적인 걸음을 시작하는 것과 같이.

     

      나는 살아갈게. 더욱이 잘 살아갈게. 내가 죽고싶다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을 되새겨보면, 사실 죽고싶던 것이 아니라 살고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고싶다'와 '살고싶지 않다' 사이에는 미묘하고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 그렇지? 그 차이를 뛰어넘은 너의 고뇌에 나는 감히 닿을 수가 없어서, 오늘은 헤아리지 않을게. 그저 나는 네가 흔적마저 없어지지 않도록 네 이름만큼은 목소리로 새길게.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은 존재한다. 너는 기억됨으로 인하여 존재한다.

     

      애썼던 너의 삶을 위하여. 수고했어 강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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