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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벼움의 미학, 역도
    은지/기사 2019. 8. 30. 03:07

    2019-08-24

     

    안 되는 것을 되게끔할 때 그 성취감에 대하여 - 이배영 감독

    엘리트 체육인, 생활체육인들이 함께하는 현장 –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훈련장 방문

     

     

     

      해가 지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의 서늘함에 어떤 계절의 이름을 붙여야할 지 애매한 날씨이다. 가을이라 정의하기에는 이르지만, 분명 선선함이 느껴지는 요즘. 이런 날씨와 비슷한 스포츠가 있다. 바로 생활체육의 문턱에 서있는 ‘역도’이다.

     

    < ‘들기’에서 스포츠까지 >

     

    2012 런던올림픽  58kg 급 양은혜 선수  /  사진  =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역도는 인간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자연스러운 행위에서 비롯했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역도의 기본 동작은 고대 그리스에서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경기에서 시작되었다. ‘힘겨루기’ 형식의 오락이 체육으로서 행해진 것은 1800년대 독일에서부터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역도로서 형식화된 것은 1896년 제1회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다.

     

      역도는 인상과 용상,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머리 위로 바벨을 한 번에 올리는 방법을 인상, 이와 달리 바벨을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린 상태에서 다시 머리 위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을 용상이라고 한다. 세계 대회에서는 인상과 용상의 방법으로 바벨을 세 번 씩 들어 올려 좋은 성적을 합쳐 순위를 결정한다.

     

    < 어떻게 들 것인가 – 이배영 감독 >

        그러나 단순히 힘으로 바벨을 드는 운동은 아니다. 혜화동에 위치한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훈련장에서 만난 이배영 감독은 역도를 두고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것을 어떻게 쉽게 드느냐가 중요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테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메달을 석권하며 전국민에게 사랑을 받은 역도 선수이다. 지금은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의 감독으로 또, 생활체육인들 강습을 하고 있는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배영 감독과 종로구청 소속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여름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배영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 감독

      “ (역도는) 일단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동작을 조금 배우면 기구를 다루는 스타일이 생긴다. 그러면서 기구가 쉽게 들어 올려지고 방법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된다. 역도를 배우는 순간 내가 가벼워진다. 그렇게 매료가 된다. 

      이렇듯 힘보다는 기술적인 요소가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스포츠가 역도이다. 무게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이 경기를 좌우한다. 전신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도 기록에 영향을 미친다. 바를 잡는 방법, 시작 자세, 순간적인 움직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스포츠이다.

     

    무조건 무거운 걸 드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세부 동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동성 범위이다. 역도는 근력이 있으면 유리한데, 동작이 없이는 다친다.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근력운동에 먼저 치중을 하다보면 다치게 된다.

     

    자세를 교정해주는 이배영 감독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지도법에 대해서 밝기도 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신뢰감을 쌓는다. 본인이 원하는 무게를 다루게 해보고, 실패하면 어떤 동작 때문인지 언급한다. 그러면 본인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많이 들어라가 아니고 어떤 동작을 구사해서 잘할 수 있는 지 그것을 찾아주고 있다안 되는 것을 만들어갈 때 그 성취감. 얼마나 큰 지 알 것이다. 동작을 하나하나 배우고 만들어갈 때마다 기구가 가벼워진다. 그 기분을 실제로 느끼면 동작과 기술에서 오는 차이를 크게 느끼시곤 한다고 말했다.

     

      역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배영 감독으로부터 ‘가벼움’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힘과 무게의 운동이라기보다는, 배울수록 가벼움을 느끼는 스포츠이다. 이에 강습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했다. 강습을 받는 생활체육인들 대부분이 재등록을 하고 있으며, 강원도·인천 등의 먼 거리에서까지 강습을 받으러 오는 수강생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생활체육인들이 역도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종로구역도연맹이 주최하는 이배영 감독의 강습이 거의 유일무이한 실정이었다.

      “무거운 기구도 있어야하고, 바닥도 시설이 갖추어져있어야 한다. 시설 자체가 공간 제약도 있고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런 것이 갖추어지면 활성화되기가 쉬울 것 같다.

     

    역도는 높은 인지도에 비해 생활체육으로서는 활성화되지 못한 감이 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대회 실적도 좋지만, 엘리트체육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람에 따라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제14회 런던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 김성집 선수

     

        그렇지만 역도는 늘 우리 곁에 있던 스포츠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1896년)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지금까지 많은 선수들이 바벨 앞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제 14회 런던올림픽(1948년)에서 메달을 안겨준 종목이 때문이다. 이 때 김성집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1947년 국제 대회에 한국이 처음 출전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선수 64명이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스포츠의 기상을 드높였다.

     

      이 감독은 생활체육으로 진입을 앞둔 역도에 대해 '접근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고 언급했다.

        개인이 사서 움직일 수 있을만한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다. 역도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전반적으로 생활체육으로 밀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만 접근성·경제성 문제가 크다. 두 가지는 생활체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금전적으로, 신체적으로 운동에 대한 보상이 와 닿아야하는데, 이를 경제성이라 한다. 역도는 접근성의 장벽이 높아 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보니 경제성을 느낄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엘리트체육으로서도 선수층이 얇다. 선수층이 얇다보니 특정 지역 한군데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엘리트 선수층이 얇다보니 대중에게 역도를 해서 좋은 점을 설명하고, 교육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은 이배영 감독이 이루려는 지도자로서의 꿈으로 연결되었다.

      “ 역도 인생에서 첫 번째 목표는 엘리트 선수들이 현재 환경보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활체육으로서 접근성이 높아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생활체육인들의 접근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서 내가 혼자 모두 지도할 수는 없다. 엘리트 선수들을 키우면 생활체육인들에게 정확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 많아진다. 그렇게 생활체육이 확산이 되고, 생활체육이 있음으로서 해서 선수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진다.”

     

     

      큰 꿈을 이뤄가는 원동력에 대해 묻자 “원동력이 있다기보다는 멈춰있지 않고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있거나 하향 된다. 절대 상향되지 않는다. 더 좋게끔 하려고 조금 더 애쓰고 움직일 뿐이다. 결과가 제자리여도 절대 무뎌지거나 하향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렇듯 그의 철학 또한 역도 그 자체였다. 작은 동작들을 조금씩 다루며 큰 무게를 들어 올리는 역도의 미학과 유사했다.

     

    그런 말이 있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이게 딱 역도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같은 무게도 작은 방법의 차이에 따라 편하게 들 수 있다. 그것이 즐거워지는 운동이다. 역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좋아서하는 운동 -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 

     

     노은영 선수

        이배영 선수가 지도하는 종로구청 여자역도선수단에는 이혜수, 노은영, 유원주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세 선수는 전국실업역도선수권대회 등의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들 또한 일반인들이 역도의 본질적인 매력을 잘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수로서 최고 정상까지 가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노은영 선수는 “많은 사람들이 역도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줬으면 좋겠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뚱뚱해진다거나 키가 작아지거나 살집이 붙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키가 컸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혜수 선수

        어릴 적 학교에서 지각을 해 역도장에서 벌을 받다가 운명처럼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혜수 선수는 역도의 매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선수는 개인적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어려움을 겪었다. 그로 인해 오랜시간 운동을 쉬어야했다. 그는 “역도의 매력이 너무 크다. 그래서 아쉬움이 커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며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예전에 했던 기록을 차근차근 다시 잡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유원주 선수

      유원주 선수도 마찬가지로 선수생활의 원동력에 대해 언급하며 역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쉬운 마음에 조금만 더 해보자, 1년만 더하자, 하며 기회가 있으면 잡아오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선수 생활하는 동안 체전(전국체육대회)에서 목표한 기록을 이루면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들고 싶으면 힘을 빼야한다 – 생활체육인 김주명>

      이배영 감독이 역도를 접하는 순간 빠져나갈 수 없는 운동이라고 밝힌 것처럼, 역도를 생활체육으로서 시작해서 진지하게 역도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이배영 감독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김주명 학생은 2년 째 역도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현재는 세계인을 대상으로 역도 영상컨텐츠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

     

    김주명 학생

     

    Q. 역도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원래 학교에서 유도를 했다. 빠르게 움직이고 많은 근력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하며 찾은 것이 역도이다. 유도선수들은 어떻게 운동을 하나 관심이 많았고,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운동을 병행하는데 그게 뭘까 생각했다. 그게 역도에서 파생된 근력운동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항상 역도를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휴학을 하고 시작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Q. 역도만의 매력이 있다면

    내가 알아왔던 것 이상으로 눈이 트인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니 꼭 한 번 배워봤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건강에 좋기도 하다. 원래 허리가 굉장히 안 좋았는데, 역도는 균형을 맞춰야하는 스포츠이다. 휘어있는 허리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Q. 역도를 엘리트체육으로만 생각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깝다. 세계대회에서 실적도 좋고, 대한민국 최초 역사상 올림픽 메달을 따온 종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인식과 실제 역도와는 괴리가 있다. ‘역도’하면 무조건 몸이 커지거나 뚱뚱해진다고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더불어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크다. 운동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미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역도의 이미지가 변해야한다. 일부 선수 몇 명이 조명을 받아서 사람들이 역도하면 덩치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체급이 나눠진 종목이므로 체격이 큰 선수, 작은 선수 등 체형이 다양하다. 그러니 역도로 다른 운동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 같은 경우도 역도를 현재 내 삶일 정도로 열심히 하고, 그에 필요한 운동들을 하다 보니 (외적으로 보이는) 근육도 잘 갖추어져있다. 역도로도 충분히 사람들 자신만의 운동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Q. 역도를 하며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다면 

    사람들이 ‘나 운동해야 해’하면 역도장에 갈 정도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인기 많은 스포츠로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는 역도장을 따로 만든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무산이 된 적도 있을 만큼 사람들의 인식이 저조하다. 그리고 역도장은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음을 상쇄시킬 수 있는 추가적 시설비용과 사회문화적 여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도가 유명해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유도를 예로 들 수 있다. 유도장에서 소음이 발생하지만 국기(國技)이므로 많이 행해진다. 한국에서도 역도가 충분히 그런 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주명 학생

     

    Q. 역도뿐만 아니라 유도, 레슬링, 복싱, 종합격투기 등 여러 가지 스포츠를 경험한 생활체육인이시다생활체육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면

      나는 운동과 거리가 멀었다. 외고에 다니고 문과 과목들을 공부를 했다. (운동과 거리가 멀던) 그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 자부심을 가지고 운동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은, 할까 하지말까 고민이 될 때는 '일단 시도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일단 생각이 든 순간, 돈도 쓰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고, 끊임없이 찾으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다보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빚을 내서라도 공부하라는 말이 있다. 운동도 빚내서라도 해보는 게 좋다. 배우는 게 많다.

    사람들이 다 역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목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자신에게 좋은 것을 찾고 찾다보면 자신이 어느 스포츠에서 즐거움을 찾는 지 알 수 있다. 우울하고 인생의 낙이 없어지는 순간에 생활체육이 빛을 준다.”

     

     

     

    <엘리트 체육, 동시에 생활체육으로>  

      역도는 높은 인지도나 우수한 엘리트 선수들의 성적 등 생활체육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역도를 접하기 쉬워지고, 특정 이미지에 가려진 역도 본질에 대한 이해가 확산된다면 역도는 생활체육의 영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명 학생은 “생활체육으로 역도를 하며 얻는 것은 정말 많다”며 “운동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자세들이 있다. 스킬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부분들이 많다. 내가 정말 들고 싶으면, 힘을 빼야한다. 그 때 길이 뚫린다”고 말했다.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계절을 지나 명확한 가을이 오는 것처럼, 역도가 생활체육 종목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는다면 김주명 학생과 선수들이 느낀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많은 사람들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지 대한체육회 기자 zmstkfka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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