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 세팍타크로
    은지/기사 2019. 10. 29. 09:47

     

      2019-10-29

     

     

     

    ■ 높게, 그러므로 강력하게

     

     

      <토이스토리> 시리즈 우주전사로 등장하는 ‘버즈’는 말한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세팍타크로도 그렇다. 세팍타크로는 높은 네트 너머 상대 코트를 향해 뛰어올라 공을 발로 찍어 내리는 스포츠이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손을 제외한 신체부위로 공을 자신 코트에 떨어지지 않게 다룬다.

     

      네트 저 너머로 공을 보내야한다. 하지만 세팍타크로의 네트 ‘저 너머’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경기 코트 크기가 13.4× 6.1m로,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서 작다. 그러나 세팍타크로가 넘어서는 무한함은 ‘높이’에서 온다. 1.5m의 높은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로 공을 보내기 위해서 최대한 높이, 더 높이 뛰어 오른다. 공을 차는 선수의 움직임이 격렬해 보이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발로써 강타한다. 기본적으로 구기종목이다. 우리는 ‘구(球)’로써 세팍타크로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플라스틱 혹은 등나무 줄기를 재질로 하며, 공의 크기가 작다. 공의 둘레는 41cm∼44cm로, 배구공 둘레가 65∼67㎝을 감안하면 약 20cm정도 차이가 난다. 공 안에 비어있는 속이 훤히 보인다는 점까지, 엉뚱해 보일 정도로 특별한 공을 사용한다.

     

     

    사진 = 대한세팍타크로협회

     

     

     

     

    ■ 공과 발, 기본이 되어

     

     

      처음부터 네트 종목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팍타크로의 시작은 15세기 말레이시아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발로 공을 튀기는 횟수를 겨루는 경기였다. 즉, 공중에서 공을 내리찍는 현재 세팍타크로의 상징적인 모습은 종목이 탄생했을 때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공을 발로 찬다’는 단순한 개념만이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세팍타크로를 관통하는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형식으로 세팍타크로를 체험하는 강범석 기자

     

     

      이후 주변 국가들에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1945년에 코트와 네트를 갖춘 현재의 경기 방식으로 수정되었다. 1965년에는 아시아연맹이 탄생했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며 동남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구기스포츠가 되었다. 이후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주축이 되어 경기 규칙을 통일했다. 이 때 정식명칭이 탄생한다. ‘발로 찬다’를 의미하는 말레이어 ‘SEPAK’과 ‘공’을 의미하는 태국어 ‘TAKRAW’가 합쳐져 ‘SEPAKTAKRWA’가 되었다. 종목의 역사와 기본 동작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인 것이다.

     

      아시아에서 비롯된 스포츠인만큼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외 아시아 국가들도 그 반열에 점차 함께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올림픽 정식종목은 아니다. 올림픽을 제외한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대결구도를 천천히 흔들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면서 종주국 태국을 제압했다. 동남아시아를 제외한 아시아국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이후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기량을 확인했다. 최근 2019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국가대표선수단이 은메달 1개, 동메달3개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32년째 비인기종목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이다.

     

      32년 전 세팍타크로가 한국에 싹을 피운 곳은 서울 체육고등학교 강당이다. 1987년 여름, 중‧고등학생 축구‧체조‧태권도 선수들이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후원으로 한국 유학 중인 말레이시아 학생들을 상대로 시범경기를 펼쳤다. 같은 해 서울 체육교사들이 강습회에 참여했으며, 1988년에는 대한세팍타크로협회가 창립되었다. 이어서 다음 해에 한국이 아시아세팍타크로연맹에 가입하면서 세팍타크로는 당당히 하나의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2018 자카르타-팔램방 하계아시아경기대회 / 사진 = 대한세팍타크로협회

     

     

     

    ■ 유일무이, 세팍타크로

     

      하지만 이미 한국의 구기스포츠 족구가 건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세팍타크로가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두 종목 간 의미 있는 차이 때문이다. ‘바운드’, 즉 즉 공이 땅에 닿게 하여 튀어 오르는 것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둘은 다른 종목이 된다. 족구는 3회 바운드를 허용한다. 하지만 세팍타크로는 공을 바닥에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높은 점프가 있다는 점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치솟는 듯 높은 점프는 족구보다는 세팍타크로에 가깝다. 족구가 90m~1.05m 높이의 네트를 사용하는데 비해 세팍타크로의 네트는 1.5m이다. 이는 차기 동작을 기본으로 한 태권도, 축구 등의 종목들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임팩트 지점, 즉 공을 가격하는 지점이 머리 높이 이상이다. 차기 동작을 구사할 때 발의 안쪽 부위와 발등을 사용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경기 방법은 3종류로 구분한다. ‘레구’, ‘팀’, ‘서클’ 각각 3종류에 ‘이벤트’라는 명칭을 붙여서 부른다. ‘레구 이벤트’는 3인이 팀을 이루어 펼치는 형식이며, ‘팀 이벤트’는 레구 3개가 모여 리그 경기를 벌이는 형식, 서클 이벤트는 원 안에서 패스 횟수와 기술이 득점 기준이 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선수들의 포지션도 3가지이다. 공격수인 ‘킬러’, 수비수인 ‘피더’, 서비스인 ‘테콩’이 있다. 킬러가 쓰는 공격 기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롤링스파이크’(rolling spike)이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터뜨릴 것처럼 강하게 공을 차는 기술이다. 세팍타크로에서 스파이크 는 보통 150m/s 정도의 속력을 자랑할 만큼 강력하다.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포지션은 단연 테콩(서비스)이다. 서비스란, 같은 팀이 던져주는 공을 테콩이 발로 차는 것을 말한다. 한발은 지면에 닿게 하면서 다른 쪽 발로 킥을 한다. 언뜻 들으면 간단하지만 이 서비스 동작은 또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한다. 발목 안쪽으로 킥을 구사하는 인사이드킥(inside-kick) 서비스, 발등으로 킥을 하는 토킥(toe-kick) 서비스가 있다. 인사이드킥 서비스는 정확하고 안정적인 반면, 토킥 서비스는 공격적이고 강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 생활체육 저 너머로

     

      많은 차기(kicking) 인기 종목들과 차이를 보이면서도 최근 태권도, 축구 종목에서 일부 선수들이 세팍타크로로 전향하는 현상은 세팍타크로만이 가진 매력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세팍타크로 기술들의 순간적인 에너지와 스피드는 한번 경험하면 잊기 힘든 쾌감을 준다.

     

    토킥(toe-kick) 서비스를 시도하는 이은지 기자

     

      하지만 강력한 기술을 구사하기까지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공을 제어하기 위해 보이는 거친 이미지와 달리 섬세함, 유연성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팀워크와 정신력, 체력을 요한다.

     

      경기기술이 어렵고 다양한 신체능력이 요구되지만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세팍타크로는 막다른 길에 직면한다. 일반 사람들이 세팍타크로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을 알고 싶어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부족하다. 지도자들이 적다는 점에서도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자단 또한 세팍타크로를 체험하기 위해 오랜 시간 수 많은 영상을 찾아보며 동작과 규칙을 숙지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생활체육으로서 준비된 스포츠라는 것이다. 넓은 장소를 요하지 않으며, 공과 네트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운동 자체에서 오는 매력 또한 중독적이다. 순간적인 움직임에서 오는 짜릿함과 전신근육을 자극하는 강렬한 동작들이 그것이다.

     

      세팍타크로와 유사 종목이면서 국내에서 크게 사랑받는 종목인 족구를 생각하면, 세팍타크로가 생활체육으로 대중화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할 것이다. 엘리트 선수들도 각종 국제대회 경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세팍타크로가 비인기종목이라는 규정을 넘어 무한한 생활체육 영역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본 지점이다.

     

      세팍타크로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국‧내외 경기 일정은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홈페이지 (http://sepaktakraw.sport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