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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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의 윤희되기 (1) –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은지/글로그 2020. 6. 10. 22:58
1. 소수자의 소수자 되기 少數者, 적을 소, 셈 수, 놈 자자를 써서 ‘소수자’라고 한다. 이를 한자어 표현 그대로 ‘수가 적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로 이해해서 일어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언론정보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일이었다. 교수님은 소수자 집단들을 열거하며, 미디어에서 다루는 소수자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갑자기 교수님 목소리만이 가득 찬 강의실 안을 한 학우의 목소리가 가로질렀다. “교수님, 여성이 왜 소수자인가요?” 60여명의 수강생 모두에게 잊지 못할 장면이었을 것이다. 교수님의 표정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눈빛은 ‘사회과학하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나’ 하는 것만 같았다. 몇 초간의 정적으로 가라앉았던 강의실은, 질문한 학생을 바라보며 소수자 개념을 또박또박 짚어주는 교수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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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 말하는 것은지/글로그 2020. 3. 31. 14:26
아빠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도로 가에 촘촘히 핀 벚꽃을 보며 '벚꽃이다' 라는 말이 입을 열기 직전까지 나왔는데, 문득 그 말을 내뱉는 것과 혼자 꽃을 보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뇌는 반복을 지루해합니다. 반복에 권태를 느끼고, 권태는 고통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요근래에는 보기 좋은 일상들 사이에 범죄 사건이 떠밀려 왔습니다. ‘n번방’이라는 단어 옆에 잔뜩 달린 수많은 해시태그가 불편한 사람도, 스토리를 넘길때마다 빨간 문장들의 반복이 피곤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도 사실은 알고 있을 것 입니다. 이것이 특정 사람들의 유난스러움에서 비롯했는지, 아니면 이 문제가 진정으로 있어야할 곳을 찾아 떠나가길 바라는 위급한 마음으로부터 왔는지 말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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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삼보 , 10년 만에 세계선수권 메달 탄생 … 신재용 국가대표 선수은지/기사 2019. 11. 25. 15:45
■ 삼보세계선수권 - 대한민국 선수단 동메달 1개 획득 ■ 신재용 선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유도 선수에서 삼보선수, 체육관 관장까지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고 이겨내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제 원동력입니다.” 8일부터 10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세계삼보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총 78개 나라가 출전한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 26명이 출전해 동메달 한 개를 획득했다. 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은 52kg급 신재용(25) 선수이다. 삼보는 메치기, 꺾기, 타격기 등 기술을 구사하는 러시아 종합무술이다. 타격을 허용하는 컴뱃 삼보, 그리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에 중점을 두는 스포츠 삼보로 나뉜다. 그는 스포츠 삼보 종목에서 10년 만에 한국에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겨주었다. “상대 선수를 분석하며 연구한 기술들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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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하며 전진하라 … 카바디은지/기사 2019. 11. 12. 18:12
2019-11-12 카운바다(Kaunba), 인도에서 ‘적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로 쓰인 용어이다. ‘카운바다’의 의미에서 시작한 스포츠가 있다. ‘‘Kaunbada’가 ‘Kabbadi’(카바디)가 되었다. 명칭 그 자체로부터 전투적인 인상을 주듯이 카바디는 격투기와 술래잡기의 요소가 결합된 무예이다. 공격‧방어팀을 나누어 매트 위에서 맨 몸으로 전투를 연상하게 하는 경기를 펼친다. 하지만 단순히 신체적 싸움으로 정의할 수 없다. 호흡을 중요시여기는 요가의 요소가 결합되어있다. 호흡을 중시하는 특징이 청각적 재미를 주는 스포츠라는 점으로 이어진다. 공격수가 ‘카바디’를 반복해서 외치며 수비 코트에서 공격을 펼친다. 이 모습은 종목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한다. 그만큼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가의 요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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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 세팍타크로은지/기사 2019. 10. 29. 09:47
2019-10-29 ■ 높게, 그러므로 강력하게 시리즈 우주전사로 등장하는 ‘버즈’는 말한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세팍타크로도 그렇다. 세팍타크로는 높은 네트 너머 상대 코트를 향해 뛰어올라 공을 발로 찍어 내리는 스포츠이다. ‘손을 사용하지 않는 배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손을 제외한 신체부위로 공을 자신 코트에 떨어지지 않게 다룬다. 네트 저 너머로 공을 보내야한다. 하지만 세팍타크로의 네트 ‘저 너머’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경기 코트 크기가 13.4× 6.1m로,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서 작다. 그러나 세팍타크로가 넘어서는 무한함은 ‘높이’에서 온다. 1.5m의 높은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로 공을 보내기 위해서 최대한 높이, 더 높이 뛰어 오른다. 공을 차는 선수의 움직임이 격렬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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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선수권 입상한 최초의 한국여성선수 “청소년의 꿈 찾아주는 삼보선수가 되고 싶어요”은지/기사 2019. 10. 28. 19:03
2019-10-11 장유진 삼보 국가대표 선수 “예를 들어 우주에 가고 싶을 때는 먼저 눈을 감아요. 그리고 상상하면 우주가 멀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늘 말해주고 싶었어요.” 1일 서울 목동의 한 유도장에서 만난 장유진 삼보 국가대표선수(28)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청소년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인도에서 열린 삼보아시안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전종목 통틀어 대한민국 여성선수가 아시아선수권에서 입상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삼보는 유도, 레슬링 등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러시아 종합무술이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왜 이런 걸 하냐고 묻기도 하죠. 하지만 도전이 어려울수록 저를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는 삼보를 시작하자마자 2017년 국가대표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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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인, 전국체전 100회를 빛내다 - 유도 일반부 개인전은지/기사 2019. 10. 15. 00:43
2019-10-09 [현장스케치] 전국체전 100회, 역사적 순간을 유도가 함께하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유도 일반부 경기가 10월 5일 서울 KBS아레나홀에서 열렸다. 전국체육대회는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종합경기대회 중 하나인 만큼,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입상을 꿈꾸는 대회이다.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5개 종목과 함께 시작한 전국체전은 100년이 지난 지금, 47개 종목 체육인들의 무대가 되었다. 유도종목도 이 역사 한 가운데 함께했다. 경기장 곳곳에서 선수, 지도자, 감독, 관중들의 열정이 전국체전을 빛낸 순간을 담았다. ■ 올림픽 스타들의 총출동 이날 대회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출전해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유도종목에서 총 3명의 메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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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이들의 무술 – 삼보은지/기사 2019. 9. 30. 18:13
2019-09-26 ■ 삼보가 표방하는 가치와 대한민국 삼보의 미래 ■ 삼비스트들의 꿈과 함께한 인터뷰 - 장유진 국가대표 선수 / 조승권 경기도삼보연맹사무총장 / 신재용 중앙삼보체육관 관장 / 신유용 국제심판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기 호신술(Samozashchita Bez Orudija)’의 준말이다. 현재 약 100만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러가지 무술들의 특징을 따온 삼보는 종합격투기에 가깝다. 주로 레슬링과 유도의 영향을 받아 방어적인 체계를 가지면서도 타격, 잡기 등 공격적 기술도 선보인다. 도복 또한 상의는 유도, 하의는 레슬링을 닮아 상하의 길이가 다른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무(武)’가 발달했다. ‘무’는 단순한 격투기가 아닌 상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