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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이 올드해질 때
    은지/글로그 2020. 8. 8. 20:41

     

     

    2020-08-06

     

     

     

     

      작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3·1운동 100주년 전시는 파격이었다. 전시는 오로지 ‘신문’으로만 구성되었다. 광화문 중심에서 근대사를 보존하는 국립 박물관으로서 100년이 지난 3·1운동을 기리는 특별전을 기획하려니 고심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박물관은 3·1운동을 기념하는 상징물로서 신문만을 가득 채웠다. 『독립신문』, 『제국신문』, 『황성신문』 등 굵직한 민족 신문부터, 올해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속 지면의 빽빽한 글씨들이 확대되어 배치되었고, 관람객들에게 독립 운동의 목소리를 전했다. 당시 현실의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던 신문이 100년이 지나서는 역사를 전달하는 사료이자, 그 존재 자체로 민족 정신을 기리는 유물이 된 것이다.

     

     

      신문은 본질적으로 ‘new’s를 담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시간을 만나 ‘old’s가 된다. olds가 된 신문의 가치는 만든 이들이 현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좌우한다. 1936년 동아일보가 손기정, 남승룡 선수 사진 속 일장기를 지웠던 사건, 1980년 5월 전남매일신문사에서 광주 사태를 보도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맞서 기자들이 공동 사표를 제출한 사건 등 근현대사에서 신문은 만든 이들의 망설임과 용기, 결단에 이르기까지 가치를 담고 있다. 현대에 와서도 그렇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건설 약속을 저버린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매일신문이 1면을 전면 백지로 발행했던 일이 해외까지 보도되었다. 학보사들이 대학 본부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신문을 백지 발행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신문은 우리 민족에게 큰 의미였다. 일제강점기 무수한 민족 말살 정책 중에서도 특히 신문지법이 4대 악법이라 불릴 만큼 신문은 중요했다. 민중을 하나로 모아주는 구심점으로 시작해, 지금에 와서는 드라마 속에서 급하게 끓인 라면의 냄비 받침이 되기도, 지하철 노숙인의 이불이 되기도, 취급주의 택배에 완충제로 쓰이기도 한다. 그 위상과 역할이 대단히 소박해진 것 같다가도 그렇게 단정 짓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한국외대 학생들이 만든 신문이 동문 언론인을 비판하자 대학 본부가 대학 내 비치된 신문을 모두 수거해버렸다. 대북 단체가 만든 신문은 180억짜리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구실이었다. 어떤 기관에는 거슬리는 대상이기도 하며, 역사에 남을 계기가 되기도 하는 등 신문은 지금도 단지 일상 속 소품이지만은 않다.

     

     

      “가을 학기가 되자, ㅇㅇ일보 사에서 주최하는 학생계몽운동에 참가하였던 대원들이 돌아왔다.” 소설 「상록수」 의 첫 대목은 신문사들이 벌인 문맹퇴치 운동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영신과 동혁이 만나 민족운동의 대서사를 그리는 첫 계기도 신문이었다. 신문은 뉴스를 만든다. 뉴스는 유튜브도, 페이스북도 만들 수 있으며 미국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 신문이 이들과 달라야할 점은 olds가 된 순간 어떤 가치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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