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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희의 윤희되기 (6) – 사랑의 사랑되기
    은지/글로그 2020. 6. 10. 23:30

     

    <윤희의 윤희되기>

     

    1.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 https://writeeun.tistory.com/39
    2. 숨김의 대상과 가까워지기  https://writeeun.tistory.com/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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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숨김은 곧 드러냄이다 https://writeeun.tistory.com/44

     

     

    6. 사랑의 사랑되기

     

      소수자의 ‘소수자 되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존재’가 곧 ‘차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사람 각자에 차이가 존재함이, 사람 각자를 있음케 함이다. 그래서 영화는 극 중 모든 사랑의 양상을 평행 이론처럼 비슷하게 펼쳐놓다가도 또 인물 각자의 특별함으로 채운다.

     

      쥰이 윤희를 동경의 대상이라 칭한 것처럼, 료코는 쥰을 동경하며 사랑을 느낀다. 윤희가 인호를 사랑할 수 없었던 것처럼, 쥰도 료코의 마음을 거절한다. 쥰이 아버지를 여의고 윤희를 떠올린 것처럼, 윤희는 이혼하는 날 쥰을 떠올린다. 윤희가 헤어짐을 고하고 쥰이 일본으로 돌아가 행복하기를 기도한 것처럼, 경수는 헌신과 기다림을 지속하며 새봄의 상경을 두고 행복을 기원한다. 쥰의 고모가 과거의 사랑을 이따금 떠올리며 평생 잊지 않은 셈이라 칭하는 것처럼 윤희와 쥰의 관계는 영화의 시점에서 평생 잊지 않은 사랑이었다. 영화 속 각각의 마음들은 차이를 빚으며 달리 보이다가도, 관객은 이 모두를 하나의 틀에 찍어낸 복제물처럼 겹쳐서 볼 수 있게 된다. 소수자가 소수자 되기를 완벽히 수행하더라도, 소수자 역시 다수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공평하게 공유함을 부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랑은 특별한 수식 없이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이 소수자인지 의문을 품은 학우처럼, 소수자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은 일반적이거나 악의 없이 일어난다. 이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에 주목한다. 흑인 조지 플루이드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에 백인들이 참여했다는 기사를 읽었고, 여성 인권의 유린이라 불리는 N번방 사건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시각장애를 가진 국회의원 안내견이 회의장에 출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비장애인들이 표출하는 분노를 느꼈다. 이 영화가 존재함도 이런 종류의 희망 중 하나이다.

     

      영화는 소수자의 사랑이 입는 상처에 분노하기 보다는, 그 사랑에 경의를 표하며 소수자를 위로한다. 새봄은 윤희에게 “경수를 어떻게 알아?” 하고 묻는다. 윤희는 말 할 때까지 기다렸다고 답한다. 쥰은 고모에게 새봄이 일본에 있는 사실을 왜 얘기 하지 않았느냐 묻고, 고모는 “지금 하잖니”라고 답한다. 감독이 사회에 의해 오랜 시간 중단됐던 윤희와 쥰의 사랑을 위로하는 방식이다. 쥰의 고모에게 ‘겨우 육 개월 만났지만 평생 있지 않은 셈이 되었다는 남자’처럼 영화는 시간이 흘렀을 지라도 사랑을 실천한 이들을 위대하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현재 마음에 담은 사랑에 늦음이나 이상함이 없다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넌지시 제시한 행간의 의미를 파악했다면 윤희가 성소수자임을 읽어냈을 것이다. <윤희에게>는 이 세계에서 ‘퀴어’영화로 정의된다. queer, ‘기묘한, 괴상한’을 뜻하면서 동시에 ‘동성애자의’를 뜻하는 형용사이다. 이 언어의 표준화 과정에서 또 한 번, 소수자가 상처받고 윤희처럼 마음에 눈을 쌓지는 않았을까 염려한다. 이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다시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겠다. <윤희에게>가 퀴어영화가 아닌 사랑영화라는 새로운 글자로 충만하게, 온전하게 정의될 그 날까지. 세상 모든 윤희에게, 윤희의 사랑도 윤희의 사랑이 특별한 수식 없이 사랑이라 불리도록 세상의 눈을 함께 치우겠다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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